은행잎 가로수 길 현수막 천국으로 변신… 시민들 '눈살 절로'

순천 시민들 “가을 정취가 아니라 시각 공해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복남 시의원 "가을 정취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사 정보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개선필요”

시 관계자 "경관 훼손 우려 및 민원 제기된 만큼 가을철 경관 고려한 게시 자제 요청하겠다"

순천문화의 거리에 훼손된 현수막과 게시가 지난 현수막들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순천문화의 거리에 훼손된 현수막과 게시가 지난 현수막들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사진= 독자 제공] 

가을이 깊어지며 순천 문화의거리가 노랗게 물들고 있다. 해마다 10월 말에서 11월 사이 은행잎이 만들어내는 황금빛 풍경은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인기 있는 산책 명소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거리 곳곳에 설치된 현수막으로 인해 그 아름다움이 훼손되고 있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순천시민 김 모 씨는 “은행잎이 문화의거리에 물드는 시기가 정말 아름답다”며 “근처에 살아서 주말이나 밤에도 자주 나가는데 항상 눈에 걸리는 게 현수막이다.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찍어도 현수막 때문에 배경이 예쁘게 안 나온다. 은행잎이 떨어지기 전, 10월 말에서 11월 중순까지만이라도 현수막을 다른 곳에 걸면 좋겠다”며 “그렇게만 해도 순천의 가을 거리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시민 장 모 씨도 “은행잎이 떨어지기 전까지만이라도 거리 풍경을 그대로 두면 좋겠다”며 “그런 세심한 배려가 순천의 이미지를 더 빛내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순천 문화의거리는 가을철 은행나무 가로수길로 유명해 시민과 관광객들이 ‘순천의 대표 포토존’으로 꼽는 명소다. 시민들은 “자연이 만든 계절의 풍경만큼은 그대로 보존해 달라”며 세심한 행정 배려를 요청하고 있다.

최근 문화의거리 일대에는 ‘청소년댄스 경연대회’, ‘변사또 생일잔치’, ‘세대를 이어 동백 피어나다’, ‘ Color P0p :청소년 유희’ , '이수일과 심순애' 등 시 주관 또는 공익 목적의 행사 현수막이 대거 내걸렸다.

특히,  일부 현수막은 찢어지거나 게시 기간이 지난 채 방치돼 시민들의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하고 있다.

시민들은 “가을 풍경을 가릴 뿐 아니라 훼손된 현수막까지 걸려 있으니 더욱 보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은행잎이 절정인 시기에 현수막이 풍경을 다 가려버린다”며 “가을 정취가 사라졌다”고 토로했다.

이복남 순천시의원(조국혁신당)은  순천 문화의거리의 현수막 난립에 대해 “단속이 아닌 문화적 감수성을 살린 홍보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수막이 사라졌다가도 다시 걸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으니 시가 주도적으로 질서를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게시 기간이 지난 현수막이 방치돼 시민 불만이 크다”며 “문화의거리 분위기에 맞는 전용 게시 공간이나 예술적 홍보존 조성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가을 정취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행사 정보를 세련되게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 관계자는 “문제가 된 현수막은 대부분 공공부서의 공익 목적 행사 홍보물로 상업용과는 달리 법적으로 즉시 철거하기 어렵다”며 “경관 훼손 우려와 민원이 제기된 만큼 관련 부서에  협조 공문을 보내 가을철 경관을 고려한 게시 자제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상업용 현수막은 단속과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공익 목적 현수막은 ‘광고물법 예외사항’으로 분류되어 부서 간 협의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 개선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들은 “아름다운 거리일수록 시의 품격이 드러난다”며 “행사 홍보보다 풍경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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